학도호국단이 왠말...군부잔재 남긴 대학들

시대착오적 대학 학칙, 유신시대 조항 그대로 건재

조미화 | 입력 : 2018/10/25 [10:24]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자유 즉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학칙에는 이에 위배되는 시대착오적인 조항이 여전히 남아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생들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학도호국단 학칙의 독소조항이 아직도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박경미 의원     ©뉴스팟

 

또한 총장 직선제 선출 등 대학구성원들의 민주적 대학운영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학칙개정은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오늘(25일) 4년제 대학 184교의 학칙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집회 사전승인 68.5%(126교) 게시물, 광고 등 사전승인 72.3%(133교) 간행물 지도 및 사전승인 71.7%(132교)

 

2018년 9월 기준, 전국 4년제(국・공・사립) 대학 184교의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대학들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표현, 결사의 자유’를 위배해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었다.

 

학도호국단 학칙에 있었던 독소조항인 집회 사전승인 조항이 있는 대학이 126교(68.5%)였으며, 게시물・광고 등의 사전 승인조항도 133교(72.3%)에 달했다. 간행물 사전 승인 조항도 132교(71.7%)나 됐다.

 

사전승인 조항이 없는 대학 중에서도 학생징계규정 등에 허가되지 않은 집회나 게시물 등을 게재했을 경우 징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사된 대학 보다 더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사전에 규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단체 조직 시 사전 승인 조항이 있는 대학은 141교(76.6%), 학생지도를 목적으로 학생지도위원회 또는 지도교수를 두고 있는 대학이 176교(95.7%)에 달해 학생 및 학생단체의 설치와 운영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조항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학생의 ‘학교운영 관여불가’ 조항을 명시한 대학도 16교(8.7%)나 돼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등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규정인 학칙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징계 제적된 학생 재입학 불가’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도 104교(56.5%)에 달했다.

 

이러한 조항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박정희정권이 영구집권을 목적으로 유신을 선포한 후 ‘유신철폐’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고자 1975년 5월 학도호국단을 만들며 도입했던 규정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조항도 많아 국가비상사태에 총학생회 학도호국단 전환, 정치적인 내용 간행물 게재 금지, 불건전한 의식화 서적 금지, 선정적인 복장 금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학칙 및 학생관련 규정 등에서 비상식적인 조항까지 존재하고 있다. 강릉원주대의 경우 “총학생회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는 그 활동이 정지되며, 학도호국단으로 전환된”다고 학칙에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간행물에 정치적 내용을 게재할 수 없도록 한 대학(건양대)도 있으며, 서명운동 사전승인(순천향대, 위덕대) 대학도 있었다. 학교 뺏지를 착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대학(가야대, 울산대, 칼빈대)도 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들까지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나친 화장 등을 금지하는 대학(칼빈대)도 있으며,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거나(경운대), 과도한 노출(한국성서대)을 한 학생, 불건전한 의식화 서적을 읽은 학생(서울기독대)의 경우 징계하는 대학도 있었다. 총학생회 후보자 자격을 학점으로 제한하는 대학도 99교에 달했다. 

 

물론, 이 같은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조항이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대학의 필요에 따라 부활해, 권장·보호되어야하는 학생의 자치활동과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저해할 수 있어 문제다.  

 

학생 징계 시 재심의 명시한 대학 17교에 불과

 

학칙의 학생징계 및 관련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 대다수 대학들은 법령 「고등교육법」 제13조(학생의 징계)

에 따라 학생 징계 시 의견진술 기회 조항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를 명시하지 않거나, ‘학생징계위원회’, ‘학생상벌위원회’ 등에서 필요시 부여하는 대학도 18교에 달한다.

 

더욱이 학생 징계 시 징계 결과에 대한 해당 학생의 재심의 요청 권한을 명시한 대학은 17교에 불과했다. 이들 대학을 제외하고는 해당 학생이 징계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대학 내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의 징계는 처벌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교육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 징계 시에도 재심의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절실하다. 대학구성원 학칙개정 발의(제안) 가능한 대학 25교뿐 학생의 학칙개정 발의(제안) 명시한 곳은 2교에 불과해

 

한편, 「고등교육법」 상 학칙 개정은 총장 권한이며, 대학평의원회의 심의사항이다.  또한 동법 시행령에는 총장이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정안 또는 개정안의 사전공고·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학칙개정의 발의 권한 등은 학칙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칙개정 발의(제안)권한을 학생이나 대학평의원회 등 대학구성원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학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학도 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대학은 25교(13.6%)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25교 중 총학생회, 총학생회 대표자 등 학생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곳은 상지대, 한신대 2교에 불과했다.

 

이외 대학구성원으로 명시한 대학 3교, 대학평의원회 1/3 이상 연명 1교, 대학평의원회 의장 1교였으며, 그 권한이 교수에게만 주어져 있는 대학은 18교로 대다수였다. 가장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칙개정 발의 권한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학칙 시급히 개정되어야

 

「고등교육법」은 학생의 자치 활동은 권장·보호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인 학칙으로 인해 학생들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 자치기구 또한 아직도 대학의 간섭아래 운영되고 있어 시급한 학칙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장관은 「고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이 교육 관계 법령 등을 위반할 경우, 시정이나 변경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법령에 위반되게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한 경우, 학생 징계 시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고등교육법」 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 등) 및 동법 시행령 제71조의2(행정처분의 기준)

 

 

박경미 의원은 “대학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된 학칙들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며, 아울러 “학칙 개정 절차에서도 대학구성원의 발의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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